마왕신해철/신해철/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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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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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위 치

영원한 마왕, 우리 시대 불멸의 뮤지션 신해철
그가 우리에게 남긴 단 한 권의 책

이 책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게도 우리 곁을 갑작스레 떠난 뮤지션 신해철이 오랫동안 틈틈이 써온 글을 모은 유고집이다. 생전에 출판을 준비라도 한 것처럼 ‘book’이라는 제목의 파일 안에 차곡차곡 쌓인 글들을 엮은 이 유고집에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음악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내밀한 고백들이 담겨 있어, 우리 대중음악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한 인물의 자전적 기록으로서도 그 가치가 소중하고 특별하다. 책은 고인이 1988년 MBC대학가요제에 무한궤도로 참여해 <그대에게>를 불러 대상을 수상하고 정식 데뷔한 12월 24일에 맞춰 출간했다.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 거침없는 언변, 세상을 보는 정의롭고 따뜻한 눈과 마음을 지녔던 뮤지션 신해철. 그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삶과 사회의 가식을 걷어내고 그 진면목을 보고자 했던 예술가의 비타협적 정신이 형형하게 숨쉬고 있었기 때문임을 그의 글들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1부에는 개인사와 더불어 음악 활동과 관련한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2부에는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문화계 인사로서 그가 우리 사회에 서슴없이 던졌던 메시지들이, 3부에는 그를 추모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지인, 가족의 애도의 글들이 담겼다.
책의 수익금은 전액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며, 오는 12월 24일에는 유고집 출간과 동시에 그의 유작인 베스트 앨범이 발매된다. 베스트앨범은 4CD로 구성됐으며 그의 대표곡들과 신곡 <핑크몬스터>가 수록된다. 12월 27일에는 그간 넥스트를 거쳤던 뮤지션들과 그를 기리는 여러 뮤지션이 모여 추모공연을 연다.

진솔하고 꾸밈없는 삶을 살았던 걸출한 뮤지션
혜성처럼 등장해 90년대 이후 우리 대중음악의 판도를 뒤흔든,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생은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역시 평범한 그래서 넉넉지 못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동네 아이들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맘껏 뛰놀던 사내아이였으며, 집안 살림을 걱정하며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학업성적을 고민하고 인기 없는 남자애가 될까 속앓이하던 착하고 귀여운 소년이었으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도록 록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시대의 부름 앞에 머뭇거리지 않고 거리로 나가 짱돌을 던질 줄도 알았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내가 중학생 때 집안 살림이 어려워져 끼니 잇기가 곤란하자, 어린 마음에 가세에 씨알만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 군밤 장사와 신문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로 답이 나오질 않자 나는 보리차 장사를 벌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동대문 이스턴호텔 뒤쪽에는 유령회사처럼 보이는 수상한 사무실들이 잔뜩 있었는데, 그곳엘 가면 보리차 봉지, 수세미, 비누 등을 가방에 꽉꽉 담아주었다. 나는 그 가방을 메고 아파트촌이나 가정집을 돌며 초인종을 누르고는 “고학생인데요, 보리차 좀 팔아주세요~” 하며 돌아다녔는데, 쉽게 말하자면 약간 자율적 형태의 앵벌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초인종을 누르고 “누구세요” 하며 현관으로 나오는 주인집 딸내미의 목소리를 듣고는 너무나 쪽팔려 왕따시만한 가방 두 개를 옆구리에 끼고는 헉헉대며 기냥 하이방을 쳐버렸다. _본문 46~47쪽

나는 왜 하필 운 나쁘게 87학번이 되어 대학만 들어가면 딴따라나 실컷 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의식화 교육이나 받고 짱돌이나 던져야 한단 말이냐. 게다가 저 돌대가리는 왜 날 좀 조용히 살게 내버려두질 않는 거냐. (…) 1987년에는 거의 전교생이 길거리로 나갔으며 나 역시 과 룸에서 열라 기타를 치고 있다가 선동대의 메가폰 소리가 들리면 아쉽게 악보를 접고 대가리 숫자라도 채워주려고 최루탄이 눈처럼 덮인 캠퍼스로 씹퉁거리며 나가야 했던 거다. 최루탄이 눈처럼 덮였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게, 실제로 우리는 데모가를 부르다가 중간에 가끔씩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하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곤 했는데, 데모대와 전경 양쪽에서 폭소가 나왔었다. 여태껏 살면서 그런 초대형 용량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쓴웃음을 들어본 적이 없다. _본문 84~85쪽

어릴 적부터 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록음악을 연주해오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각시탈’이라는 밴드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여전히 아마추어이긴 했지만 이때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시절의 활동은 그가 무한궤도를 결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한궤도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하자, 음악 신에서는 그가 고가의 음악장비와 인력 지원을 받아 <그대에게>를 완성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때까지 들어볼 수 없던, 곡 자체가 환기하는 혁신성이 그 원인이었다.

당시 아버지의 검열을 피해서 기타를 뚱땅거려야 했던 나는 ‘심야 작곡 세트’를 갖고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기타줄 사이에 스펀지를 끼워넣은 기타와 문방구에서 파는 멜로디언이었다. 그걸 갖고 이불을 뒤집어쓴 후, 이불 속에서 헉헉 숨을 몰아쉬며 곡을 쓰는 거다. 잠시 작업하다보면 이불 안에 습기가 차고, 머리가 어지러워 네 마디 이상 연속으로 작업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부지한테 안 걸리고 이것저것 소리를 내볼 수 있는 것만으로 대만족이었는데, 우리가 상을 탄 후 ‘무한궤도는 심지어 자동 작곡장치도 있으며 <그대에게>는 코치들이 써줬다더라’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나…… 울까 웃을까. _본문 114쪽

꽉 막힌 한국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않던 자유로운 음악인
무한궤도 이후 솔로 시절을 거쳐 넥스트라는 밴드를 결성해 90년대 한국 록음악의 새로운 전성기를 일궜던 그는, 특유의 거침없고 신랄한 언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쓴 가사들은 시대와 사회의 보수성, 위선과 가식을 폭로하는 것들이었으며 그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쏟아내는 풍자와 비판은 우리 사회의 그 어떤 방송인이나 예술인에게서 쉽사리 볼 수 없던 면모였기에 그만큼 그는 악의적인 비방에도 시달려야 했다. 특히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간통죄 폐지, 체벌 금지 등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이슈들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펼침으로써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이는 연예인으로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그의 뚝심 있는 면모를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에서 대마초 비범죄화에 대한 토론의 패널로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좀 황당하기도 했고 썩 유쾌한 기분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십수 년이나 세월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져가고 있는 나의 전력을 스스로 들춰내는 미친 짓을 할 이유도 없거니와, 국민정서나 수준 등을 감안해보았을 때 백전백패가 분명한 ‘확실히 지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지는 싸움’에 갑옷 입고 총칼 차고 나갈 바보는 없다. (…) 내가 토론에 나설 경우 ‘전력이 있는 연예인’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변명하기 위해 떠들어대는 모습에 불과해 보일 공산이 너무나 컸다. 그러니 공연히 쟁점을 흐리거나 오해를 사지 말고 나를 포기하시라 했는데, 한 시민단체 간부의 절규가 내 귓전을 때렸다. 오해고 육해고 간에 일단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유명인도 연예인도 이 토론에 나서기를 극히 꺼린다는 것이다. _본문 251~252쪽

우리 곁에 있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마왕
자신의 신념에 따라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음악인으로서의 위험을 감수했던 용기, 대중음악의 유행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록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질 때에도 자신의 음악적인 길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뚝심, 시대와 사회의 위선을 꿰뚫어보며 특유의 촌철살인적 일갈을 서슴지 않았던 칼날 같은 비판정신. 우리가 기억하는 신해철은 그런 예술가였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우리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인문주의 예술가, 르네상스인”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런 음악인을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이유다. 사반세기라는 세월, 삶의 길목마다 우리의 어깨를 다독이던 그의 노래는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토록 울려퍼질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로커’였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무섭지 않냐고. 남들이 말하는 안전한 삶의 규칙을 자꾸 위반할 때마다 겁나지 않냐고.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무섭다. 나도 사람인데. 그렇지만 내가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정말로 겁이 많기 때문에 나는 내 나름의 삶의 방식을 택했다.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훨씬 더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 공포로써 공포를 제압했달까. _본문 379~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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